1천명의 펀드레이저를 만나다

1천명의 펀드레이저를 만나다 - 2012년 모금 트랜드를 말한다.

Smartraising 2012. 2. 7. 10:11

20년 연속 기획

천명의 펀드레이저를 만나다

 

특집 - 2012년 모금 트랜드를 말한다.

 

 

 

 

20년 연속 기획 "천명의 펀드레이저를 만나다" 이번호에서는 2012년 모금 트랜드라는 이름으로 2012년 비영리와 모금에 대한 전망을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간담회에는 ㈜도움과나눔의 임원들이 참석하여 국내외 비영리와 모금에 대한 넒은 식견과 통찰을 보여주었습니다. 간담회 현장을 가감 없이 지면으로 옮깁니다.

 

 

때: 2012년 1월 20일 오후 4시

참석자: ㈜도움과나눔 임원진 (최영우 대표, 이원규 부대표, 구성기 부대표, 김하범 이사, 배은옥 이사)

 

 

 

  • 위기의 모금, 경기 둔화기의 모금 전략이 필요하다.

 

[최영우]연초에 인도에서 해피타트 펀드레이징 전략회의가 있어서 참석을 했었는데요. 아시아의 펀드레이저들은 펀드레이징의 성장세에 대해서 굉장히 고무적인 반면에 미국 본부에서 온 펀드레이저들은 아주 우울해 하고 있더군요. 미국의 펀드레이저들이 이야기 하는 것은 이제까지 불황기에 있어 펀드레이징의 정설은 경기가 떨어지더라도 모금액은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으며, 회복기에는 금방 회복된다는 것이었다는 것이죠. 다시 말하면 경기가 어려워지더라도 기부를 가장 마지막에 줄이고, 회복되면 기부를 가장 빨리 늘인다는 것이지요. 여러 번의 경기 위기 상황에서 그래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2008년 리만 브라더스 사태 이후 몇 년간 지속되고 있는 경기 하강 국면에서는 실질적으로 기부 자체가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고, 그것이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다라는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반면 아시아의 펀드레이저들은 경기가 어렵다는 것에 비하여 기부금액은 그다지 줄지 않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비영리단체들의 역동성, 기부를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이것을 상쇄 시켜주는 것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아시아의 기부 문화는 확산 단계이기 때문이겠지요. 안 하던 사람들이 기부를 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그런 측면에서 미국과 아시아의 상황은 미묘한 온도차가 있다는 분위기였습니다.

 

[구성기]저는 소득 양극화의 심화가 일정한 영향을 주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미국 같은 경우 개인들이 일상적으로 기부하는 문화가 만들어진 사회잖아요. 개인들의 소액 기부가 85% 정도나 되니까요. 그런데 소득 양극화의 심화로 개인 소액 기부가 상당히 줄어든 것이지요. 그러니까 비영리들이 어려울 수 밖에 없고요. 반면에 우리나라는 그나마 양극화가 미국만큼 극단적이지 않고, 기부금을 내는 사람도 기업과 개인의 거액 기부가 아직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경기의 영향을 덜 받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지난 몇 해 동안 전망했던 개인 기부자가 늘어날 것이다라는 전망도 개인 거액 기부자가 늘어나는 것은 예측대로 갈 수 있는 반면에, 개인 소액 기부자가 늘어나는 것은 한계가 드러날 수 있다고 봅니다. 실제 현장에 느끼는 감과 데이터를 보면 전체적으로 기부자와 금액은 소폭 낮아졌는데요.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UN 단체들이나, 적극적인 모금 활동을 벌이는 헬프에이지 같은 단체들은 오히려 약간 높아졌고요. 문제는 부산 같은 경우는 잘 안된다는 것이예요. 소액 기부자들이 경기의 영향을 받고 있고 그것도 지역, 단체의 인지도에 따라 양극화가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 경기가 이렇게 어렵고 양극화가 더욱 심해진다면 주요 비영리단체가 소액 개인 기부자를 늘이는 것은 노력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최영우]그 부분은 좀더 분석을 해봤으면 합니다. 개인 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거액 기부와 생활화 된 일상 기부. 양쪽으로 나누어 어떠한 변화가 있는지 하는 것은 연구를 해봐야 할 과제입니다. 특히 중산층의 몰락과 같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들이 기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하는 측면을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원규]기업 모금도 잘 살펴봐야 할 것인데요. 우리가 기부를 요청할 입장에서 경기 둔화기에 개인 모금이 어려워진다면 그 반향으로 기업에 대한 기부 요청이 많아질 것이고 기부 요청 경쟁이 치열해 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름이 알려진 기업보다는 알짜 기업들을 잘 찾아야 하는 문제가 비영리에게 주어졌다고 봐야겠지요.

 

[최영우]기업 모금을 좀 더 얘기하면, 올해부터는 기업 모금이 지난 몇 년과는 다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번 정부가 들어서면서 기업의 기부는 굉장히 퇴보했거든요. 기업 사회 공헌 담당자들을 만나보면 이번 정부 들어서서 미소금융이니, 햇살론이니, 사회적 기업이니 해서 정부 주도의 사회 공헌 사업들에 시달림을 당하게 되니까, 실질적인 사회 공헌 사업 예산은 거의 줄어들었다는 거예요. 2012년에는 이제 그런 것으로부터 벗어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요. 이런 측면을 비영리가 잘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적인 경기 위기를 거치면서 현실 자본주의의 반성과 회의로부터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이 자선이라는 측면과는 다른 것으로 나가고 있는 것도 눈 여겨 봐야 합니다. 이런 변화의 상황을 인식하고 먼저 치고 나가는 기업들이 나올 것입니다.

 

 

  • 호모 헌드레드(Hundred) 시대의 기부 문화의 변화를 준비하라.

 

[이원규]호모 헌드레드(Hundred) 시대의 기부 문화의 변화도 2012년에는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사회가 100세 수명 시대에 이르렀고 그에 따라 의료 건강, 노인복지, 재취업, 노인의 소외, 여가 등이 사회적 이슈가 될 소지가 많아진다는 것이지요. 특히 이제 베이비부머가 은퇴하는 시점이란 말이죠. 이전까지 은퇴자들을 대상으로 전통적으로 이야기 하던 복지와 의료를 넘어서서 사회적으로 더 많은 이슈들이 나타날 것이고 그것을 가장 먼저 비영리 단체들이 맞닥뜨릴 것입니다. 그리고 기부 측면에서 보면 그들의 변화는 새로운 전개로 나타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은퇴자들이 은퇴 후 살 날이 40년씩 남게 된다면 우리가 알고 있던 은퇴자들의 유산 기부가 굉장히 신중해질 것이라는 것입니다. 기부자 예우 측면도 전과는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일단 예우 기간도 굉장히 늘어날 것이니까요.

우리가 기존에 전통적으로 알고 있던 방식의 기부에서 패턴의 변화가 나타날 것이고, 이것에 근거해서 준비를 해야 제대로 된 대응이 아니겠냐 하는 생각입니다.

 

[최영우]그런 면에서 보면 역 모기지 기부 같은 상품 개발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돈은 있는데 사회적 네트워크가 없거나, 기부를 통해서 높은 지위를 유지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부 상품 말이지요.

 

 

  • 뉴미디어 확산의 가속화와 그 한계를 짚어라

 

[배은옥]2012년 전망으로 뉴미디어를 통한 기부의 확산도 많은 분들께서 제시해주셨는데요. 이것은 지난해에도 나왔었고요. 그렇다면 올해에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기부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해 논의가 필요합니다.

 

[이원규]많은 전망에서 SNS, 모바일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을 얘기하고 있는데요. 제 생각에는 뉴미디어를 통해 모금과 관련된 시도들은 꽤 많을 것이나 그 노력에 비해 실속은 없을 것이다는 생각을 합니다. 실제 모금이 SNS 만을 통해 유입될 것이냐 하는 것은 좀 다른 것이죠.

 

[김하범]영리 상품과 결합된 모금은 효과를 보고 있는 거 같은데요. 예를 들어 이 물건을 사면 몇 %를 기부한다는 것과 같은 것이지요. 기부를 통한 제품과 기업 홍보가 되는 거지요.

 

[최영우]그게 SNS를 완전히 별도로 볼 것이냐. 아니면 모금을 확산시키는 결합된 수단으로 볼 것이냐 하는 것에 대한 의견의 차이죠. 제가 주목하는 부분은 뉴미디어가 이전에는 비용 때문에 시도할 수 없었던 단체들에게까지 활용이 가능한 강력한 매체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월드비젼 정도의 규모를 가진 단체나 가능했던 매체 광고를 통한 이슈 확산이 지금은 그보다 적은 비용과 노력만으로 SNS를 통해 효과를 발휘하고 있잖아요. 하지만 또 다른 측면으로 뉴미디어가 가지고 올 양극화, 국제화라는 측면도 봐야 합니다. SNS 상에서 확산되는 이슈는 아주 국제적인 이슈이거나 지역적 특성을 가지는 이슈들입니다. 어정쩡한 수준의 이슈는 전파 자체가 안된다는 것이지요. 최근에 들은 바로는 국제 비영리 단체들이 강력한 국제적 이슈들을 SNS로 확산하고 모금으로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된다면 국제적 재난이라든지 아주 큰 국제적 이슈들이 이전보다 더 크게 국내 모금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될 것입니다. 그리고 강력한 스토리 중심의 모금이어야 뉴미디어의 관심을 받고 이를 통해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하범] 비영리들이 뉴미디어에 기대해야 하는 것이 모금의 직접적인 수단이냐, 보조적인 수단이냐 하는 것일 텐데요. 홍보라든가 하는 측면으로 보면 뉴미디어는 없어서는 안될 필수 수단이 되었다는 것은 자명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에 보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올라오지 않는 이슈는 세상에 없는 이슈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더구나 국경 없이 이슈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세상에 직접 맞닥뜨려 있습니다.

 

[최영우]최근에 만난 인도의 거액 기부자가 한 말인데요. 이 뉴미디어는 어른들은 할말이 없다. 단지 플랫폼만 만들어줄 뿐 그것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것은 젊은이들의 몫이라고 하더군요. 이 말이 비영리들에게 주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뉴미디어는 자발적이고, 개방적인 매체인데 우리는 너무 계몽주의적으로 활용하고 있지 않나 하는 것이지요.

 

 

  • 모금 경쟁이 가속화 될 것이다.

 

[배은옥]좀 다른 얘기를 해봤으면 하는데요. 2012년에는 국제 비영리 단체들의 국내 진출도 예상이 되겠지요?

 

[최영우]해외 단체들의 국내 공세 강화라는 측면은 굉장히 자연스런 현상이죠. 초반에 이야기한 것처럼 지금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경기 불황이라는 것이 모금 시장의 다각화를 가져온 측면이 있습니다. 국제 단체들이 기존에 운영해온 규모의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모금 규모를 동등 수준으로 가져가야 하는데 그것이 어렵게 된 것이잖아요. 앞에서 이야기한대로 뉴미디어의 확산 등으로 이슈 자체는 글로벌하게 가고 있는데 자국에서 모금은 어렵고, 그런 것이 한국을 비롯한 신흥 시장으로 모금을 확대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작년 통계에서 굉장히 주목해야 할 것이 일년에 백만불 이상의 유동성을 가지고 투자할 수 있는 부자의 수를 아시아가 유럽을 앞질렀거든요. 그러니까 아시아가 부자가 많아지고 있고, 기부문화가 발달되어 있지는 않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지역이 아시아이기 때문에 국제 단체들이 아시아에 대한 새로운 전략을 가지고 가는 것은 자명하다고 하는 거지요. 올해를 기점으로 우리 비영리들과 해외 단체들과의 경쟁이 격화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원규]그런 측면과 함께 모금 단체간의 경쟁 가속화는 여러 측면에서 나타날 전망입니다. 기부자 입장에서 보면, 국제 비영리 단체들의 활동이 활발해 지면서 이제 국내 비영리의 활동을 서로 비교하게 될 것입니다. 또 동일 섹터에서만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분야간에도 비교한다는 것이죠. 국내 대학과 국제 단체가 비교되고, 병원과 복지단체가 비교가 될 것이고요. 저들은 이렇게 하는데 이 단체는 왜 이렇게밖에 못하느냐 하는 식으로 말이죠. 그러면서 단체들간에 기부자 관리와 예우 측면의 경쟁은 심화될 것입니다. 또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국내 경제인구의 양극화가 가속화 된다면 실제로 기부가 가능한 잠재기부자의 절대 수는 많지 않을 텐데요. 40~50대 경제 인구를 중심으로 하는 이런 기부자를 선점하려는. 기부자 쟁탈전이랄까요? 아직은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그런 현상이 나타날 개연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최영우]참 애매한 문제이긴 한데요. 컨텐츠가 강한 단체, 스토리가 강한 단체가 모금에 진입하기는 과거보다 더 쉬워진 거 같아요. 뉴미디어나 네트워크가 이전보다 더 강화되어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같은 단체는 펀드레이징이 강한 단체도 아닌데, 재정적으로 안정화 된 것을 보면 그런 측면을 발견하게 됩니다.

 

[구성기]다른 면에서 보면 결국 우리 경제가 지금 안고 있는 양극화 문제가 비영리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거 아닌가 싶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투자를 많이 해야 모금이 많이 되는. 투자하지 못하는 비영리들은 모금하기 어렵워지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고요. 풀뿌리들은 지금 모금하기가 참 힘들거든요. 기업들의 사회 공헌도 전략적으로 목적을 달성하는 방향이 아니면 쉽게 기부하지 않고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브랜드가 있는 비영리들은 환경이 나아졌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는 단체들은 어려워지는. 그런 양극화 문제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겠습니다.

 

[최영우]컨텐츠와 스토리 얘기도 나왔습니다만 한가지 우려할만한 것은, 우리 비영리들이 창의성이나 아이디어에 대한 맹신이 심한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아이디어라는 것은 매카니즘이라는 체계와 조직아래서 나와야 하는 것인데, 매카니즘은 없이 아이디어만으로 승부를 걸어보려는 단체들이 많다는 것이지요. 국제 비영리 단체들이 밖으로 보이기엔 아이디어가 뛰어난 단체로 보일뿐이지만, 내면적으로 보면 굉장히 매커니즘에 강한 단체들이거든요. 그래서 풀뿌리들이 그 시스템과 아이디어를 잘 준비해야만 경쟁체제에서 이겨낼 수 있습니다. 열정만 가지고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 선거 요인. 과유불급 말라.

 

[배은옥]미국을 비롯한 세계 비영리 동향에서는 선거가 중요한 요인으로 발표되고 있는데요. 국내에서도 선거가 모금 시장에 영향을 주겠지요?

 

[이원규]선거에서 모금은 후보자 1명당 총선 있는 해는 3억까지, 평년은 1억 5천만원까지 모금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습니다만, 합리적인 모금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정치모금이라는 것 자체가 전통적으로 '차떼기', '사과상자' 이런 이미지로 고착되었고, 그에 따라서 대놓고 정치모금 못하게 하는 것이 우리나라 법이죠. 반면에 미국에서는 모금 자체가 표를 의미하고 있죠. 기부자 수가 기부액이고, 기부액이 표심이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모금 1등하는 후보가 다 대통령이 되었고요. 그것은 혼자 모금하는 것이 아니고 굵직굵직한 인물들이 난 누구 지지하니 내 밑으로 지지하는 사람들 백달러씩 들고 다 모여라 이런 방식이니까 가능한것이죠. 덧붙여 땅이 워낙에 넓어서 TV, 신문, SNS 같은 미디어가 중요한 방법이 되었고요.

 

[김하범]한국은 돈을 받은 사람이 찍고, 미국은 돈을 낸 사람이 찍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니까요. 모금 문화의 차이가 분명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죠.

 

[이원규]한국 사회에서 선거와 모금과의 관계는 뭐랄까요. 서로 감추고 있는 이야기라서 정확한 분석이 안되고 있다고 봅니다. 기업은 물론이고, 개인들도 단돈 10만원이라도 돈 얘기 나오면 괜히 좋은 얘기 안 나오니까 아는 사람들만 하게 되고 말이죠.

 

[최영우]미국은 정치라는 것에 대해 모든 문화가 결집되어 있죠. 그래서 정치 펀드레이징을 어떻게 하느냐를 모든 펀드레이저들이 벤치마킹하려고 지켜 보게 됩니다. 정치 펀드레이징에서 새로운 기법이나 경향성이 발견되고 만들어지거든요. 우리의 경우에는 유일하게 정치모금이 일반 비영리 펀드레이징에 영향을 미쳤던 경우는 노무현 대통령 때 일겁니다. SNS, 웹 2.0세대의 멘탈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집어 냈던 부분이 있고, 그 뒤에 많은 사람이 성공 사례를 보고 따라갔으니까요. 2012년을 전망하면서 더 고민해야 할 부분은 기부라는 영역 자체가 정치인들의 아젠다 속에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한나라당이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아름다운재단의 투명성과 윤리성, 대가성 이런 부분을 거론하면서 정치 공세를 벌인 것을 보면, 기부 자체가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되어 비영리 단체의 모금, 단체 운영에 있어서의 투명성과 윤리성이 정치적 이슈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은 오히려 side effect로 비영리 단체들의 윤리성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요소가 굉장히 크다고 봅니다. 또 한 측면에서는 정치라는 부분이 명분을 가지고 하는 싸움-프레임의 전쟁이라는 측면에서 비영리 단체에게 상당히 많은 메시지를 줄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정치가 비영리의 성장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봅니다.

 

[김하범]역으로 비영리가 정치에 기여하는 바도 있다고 봅니다.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장 선거에 나감으로 인해서 선거를 둘러싼 담론의 수준이 많이 향상 되었으니까요.

 

[이원규]실제로 비영리와 정치가 영향을 주고 받는 실체로 가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봅니다. 정치가 모금 하는 것과 비영리가 모금하는 것이 다른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깨지지 않는다면 영향을 주고 받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 보이고요. 미국에서는 정치모금이나 대학의 거액 집중 모금 capital campaign이나 논리 구조가 똑같거든요. 그러니까 정치에서 모금하는 것이 비영리 쪽에 영향을 미치고 비영리단체에서 발전된 기법이 다시 정치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죠. 그러나 한국의 정치에는 정치 모금, 돈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일 것이라고 보입니다.

 

[구성기]과거의 경험으로 보면 선거 있었던 해에는 현장에서 영향이 분명히 있긴 합니다. 거리 모금 같은 경우에는 더욱 그렇지요. 그러나 분명하게 굳은 마음으로 그걸 이겨내면 이겨낼 수 있고요. 호들갑을 떨면서 영향을 확대하면 아무것도 안되더라고요. 앞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아직은 정치 모금과 비영리 모금이 동일 선상에 있지 않기 때문에요. 작은 영향이 있는 것에 주눅이 들면 어려워지겠지만 굳은 마음으로 이겨내야 합니다.

 

 

  • 모금소프트웨어는 확산 될 것이다.

 

[김하범]그밖에 2012년에는 모금 소프트웨어의 영향력도 커질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악순환 '돈이 없어서 사람을 못 구하고 사람을 못 구해서 모금이 안되고 모금이 안되서 돈이 없고'라는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으로 비영리들이 모금 소프트웨어를 찾고 있습니다. 앞서 양극화 얘기도 나왔지만, 자본력이 떨어지거나 투자여력이 없는 단체 입장에서는 킥스타트를 시키는데 괜찮은 출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면에서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모금 방법을 요구하는 단체들이 꽤 많다고 조사되었는데요. 모금 소프트웨어의 확산이 그런 것을 해결해주는 시작이 아닐까 합니다.

 

  • 모금 윤리. 기부처를 선택하는 제일의 조건이 될 것이다.

 

[배은옥]모금과 기부자 윤리의 강화에 대한 것도 많은 분들께서 이야기해주신 2012년의 아젠다인데요.

 

[최영우]모금기관의 윤리성과 기부자 윤리에 대해서는 다양한 측면에서 논의가 되고 있는데요. 2012년에는 이 논의가 좀더 확산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세브란스 병원 같은 경우에는 최근에 대가성 있는 기부에 대한 원칙을 아주 디테일하게 정의하였거나, 정의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일단 사회에서 기부 행위에 대한 것은 윤리성을 아주 높은 수준으로 요구할 것은 당연하고요. 이것이 모금에 대한 자격에 대한 윤리 문제까지 나아갈 것이냐 하는 것은 논란이 있습니다. 무슨 얘기냐면 저 비영리 기관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기관인데 모금 활동을 해도 되느냐 하는 질문이겠지요. 지난해에 '도가니'를 통해 본 것처럼 기관의 건강성, 투명성, 윤리성은 강한 요구를 받게 되겠지요. 숙제는 이러한 과제들을 어떻게 비영리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풀어나갈 것이냐 하는 것이겠죠.

 

[구성기]거리 모금이라든가, 중고액 모금이라든가, 모금 현장이라고 하는 곳에서는 모금 윤리를 아주 밑바닥에 기반으로 두고 가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면 다다익선이라고 할까요. 워낙 비영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까 사실을 왜곡하더라도 일단 받고 나중에 풀어보자는 형태가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한 단체가 이런 행태를 하게 되면 그 파급은 전체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겠죠. 그래서 지금 시점에서 필요한 것이 큰 비영리 모금 단체를 중심으로 하든, 아니면 모금 전문가들이 중심이 되든 간에 사회적으로 합의 될만한 모금 윤리의 헌장 같은 것을 선도적으로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김하범]대중들의 윤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모금에 있어서 양극화가 더 벌어지는 측면도 있습니다. 유명한 단체는 안심하고 기부를 하고, 듣도 보도 못한 단체는 믿지 못하니까 기부를 안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모금 윤리를 브랜드로 내걸 수 있으면 도움이 되겠지요. 그런 면에서 이제는 도움과나눔이 역할을 좀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이원규]저도 그렇게 보는데요. 최근에 모금 전문가 협회를 재건하려는 흐름이 있어서 저도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있습니다. 모금 전문가에 대한 정의라든가, 모금 윤리라든가 하는 것을 정의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고요. 2012년에는 이런 체계가 구성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모금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과 인증도 필요하리라고 보는데요. 건강하고 윤리적인 모금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비영리 단체 모금의 윤리성을 높이는 것이니까요. 인증 제도를 잘 만들어서 기부자들이 믿고 기부할 수 있는 비영리 단체, 펀드레이저를 확인시켜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배은옥]오늘 2012년 모금과 비영리 단체에 대한 전망을 함께 했는데요. 앞으로 매년 이런 자리를 만들고 논의와 주제의 확산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오랜 시간 귀한 말씀 해주신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마치겠습니다.

 

 

진행 및 정리: 방성진 책임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