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과 기부 이야기

책읽기 - 나눔은 어떻게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가

Smartraising 2012. 2. 7. 10:21

 나눔은 어떻게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가 (모스에서 사르트르까지 기부에 대한 철학적 탐구)

 
 
변광배 ┃ 프로네시스
서평: 방성진 책임컨설턴트
 
 
책은 ‘기부’라는 사회적 현상을 4명의 프랑스 철학자들의 연구를 통해서 설명한다.
 
저자는 질문 두가지 출발점으로 던지고 있다. ‘기부란 무엇인가? 기부는 모두 순수한 것인가?’ 서문에 적은 저자의 질문은 그대로 나의 오래된 질문이다. 그리고 비영리에 근무하고 있거나, 그들을 중심으로 괘도 운동을 하고 있는 비영리계 행성인들의 질문이기도 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저자는 ‘어떤 형태의 기부가 바람직한가?’라는 질문까지 던지고 있으나, 그 물음은 철학자들이 대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 이론을 찾아 나서니 대답이 억지스럽다. 책의 대답을 미리 말하자면 ‘익명기부’라고 한다. 그 유명한 사르트르에서 답을 찾았다.
 
기부란 무엇인가? 기부는 모두 순수한 것인가?’ 라는 두 질문은 순서를 가지고 답을 찾아야 한다. ‘기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통해 기부의 본질을 찾아야, 두 번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책은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을 마르셀 모스의 기부론(증여론)에서 찾는다. 모스는 프랑스의 인류학자로 기부 행위를 이해하는 근거를 제시한 학자이다. 그가 찾은 기부의 원류는 원시 인류의 포틀래치(potlatch)다. 그가 찾은 기부의 근원은 문명 사회의 인류가 아닌 원시의 인류이다. 아마도 모스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근본을 찾고자 했던 것이리라. 동양과 서양, 아프리카와 신세계,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면서도 그들 모두의 공통 뿌리로부터 기부의 근본 문제를 찾고자 했던 것이다. 포틀래치는 고대사회의 여러 부족들 사이에서 행해졌던 의식으로, 힘의 우위를 과시할 목적으로 소장품들을 주거나 파괴한 것을 말하는데, 쉽게 말하면 힘 좀 쓰는 사람들이 없는 사람들에게 물건을 가져다 주거나 파괴를 통해 새로운 창조를 가져오는 행위가 기부의 원류라는 주장이다. 그렇게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을 모스의 기부론으로부터 찾고 나니, 기부의 순수성에 대한 대답을 찾는 것은 모스의 정의에 의해 속박된다. ‘권력자들의 권력 과시를 통해 시작되었기 때문에 기부는 순수하지 않다(모스)’는 것과, ‘모든 기부는 순수해야 하며 대가가 없는 기부만이 참다운 기부(바타유)’라는 주장 그리고, ‘순수한 기부는 찰나적으로 행해질 뿐, 실제로 행해지는 모든 기부는 대가를 요구하는 순수하지 않은 행위(데리다)’라는 주장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앞에서 언급한 대로 ‘순수한 기부는 오로지 익명의 기부 뿐(샤르트르)’이라는 주장으로 나아가게 된다.
 
책에서 저자는 이 책의 의의를 기부를 통해 우리사회의 도덕지수와 아름다움지수를 높이기 위한 하나의 효율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장려하는데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결론은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지 않았나 싶다. 작가가 의도하였든 그렇지 않았든 사르트르의 익명기부를 가장 순수한 형태의 기부라고 말하면서 책을 급하게 정리하는 바람에 순수함이란 자신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라는 도그마에 빠지게 된 것이다.
 
사람들이 기부를 하는 동기에는 자신의 이익, 동정심, 사회정의에 대한 신념, 사회적 규범을 따르고자 하는 욕구까지 다양한 요인이 포함된다. 그 중에도 자신의 사적 이익이라는 측면은 가장 큰 기부 요인이다.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거나, 세상으로부터 인정을 받으려 하거나, 종교적 속죄를 하려는 것 등.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사람들이 기부를 하는 가장 큰 요인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그러한 이기적인 인간의 모습과 남을 도우려는 이타적 심성이 모두 인간의 본성이다.
 
좋은 책 제목과 소재, 문제 제기에 비하여 책의 마무리가 좋지 않은 점이 안타깝다. 동일한 주제로 비영리 분야의 내공 있는 현장 전문가의 연구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