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과 기부 이야기

“기부자 중심의 이사회를 구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Smartraising 2012. 4. 2. 11:47

기부자 중심의 이사회를 구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역 모금 기관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부천을 찾았다. 부천희망재단이다. 부천희망재단은 지난해 3 29일 창립한 지역의 모금과 기부 재단으로 이제 1살배기 어린아이다. 2009년부터 부천지역재단의 산파 역할을 수행한 김범용 상임이사를 만나 부천희망재단의 역할과 지역재단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았다.  

취재 방성진책임

 


이름이 희망재단인데 사단법인으로 설립되어 있다. 어떤 이유인가?

재단법인으로 설립할 경우 법적인 한계 때문에 우리 기관과 같이 소액 다수의 기부금으로 설립된기관 일 경우 기관을 운영하기 힘들다. 다시 말해 재단법인은 기본 재산을 출연하고, 기본 재산은 운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초기에 돈이 들어가는 목적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사단법인으로 설립한 것이다.

 

부천희망재단이라는 지역 재단을 설립해야겠다고 생각한 문제의식은 어떤 것이었나?

지역의 많은 비영리 공익 기관들이 돈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지역에서는 꼭 필요한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활동가 1-2명으로 겨우 겨우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역 비영리 단체들은 거의 다 그렇다. 그래서 모금을 통해서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을 만들어주도록 돕자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 비영리단체를 지원하는 활동을 하는 단체들은 꽤 있지 않나? 그들과 차이점은 어떤 것인가?

그렇다. 그 생각이 우리 재단만의 생각이 아니고, 전국적으로 그런 생각이 많이 있다. 그래서 몇몇 지역에서 비슷한 활동을 하는 단체들이 있다. 예를 들어 광주 NGO센터, 부산 시민 재단 등이다. 그러나 그들의 활동을 보면 공간을 빌려준다거나, 프로그램을 제공해준다거나, 새로운 단체 설립시의 인큐베이팅 같은 활동 지원 중심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직접적으로 모금을 통해 돈을 만들어서 지원해준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운영비 지원이나 프로그램 지원을 직접적으로 해주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다.

 

초기의 문제의식과 비교하여 지금 부천희망재단의 사업 목적에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나눔(배분) 사업도 있다. 기부재단의 경우 직접 지원 사업을 자제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어떤 변화가 있었나?

재단을 설립하고 모금을 시작하고 보니, 기부자들의 요구가 다양하다는 것을 알았고, 그에 맞게 사업을 전개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예를 들어 청소하는 노동자들이 돈을 모아서 기부하겠다고 찾아와서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세요. 하면 비영리 단체를 위해 쓰겠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이 원하는 곳에 반드시 써야 할 경우도 있다. 기업들의 기부도 마찬가지다. 기업에서 목적을 정하지 않고 기부할 경우에는 상관 없겠으나, 겨울 연탄을 기부한다든가 할 때는 직접 배분 사업을 해야 하지 않나. 그런 기부자에 의한 사업 목적의 변화가 있다.

 

기부자가 원하는 배분이 안 되는 경우도 있나?

그게 지역 사업의 재미이기도 하다. 어떤 기부자가 소년소녀 가장을 도와달라고 기부를 했는데, 여기 부천에서 진정한 의미의 소년소녀 가장을 찾을 수가 없었다. 부자 동네이기도 하고, 그렇게 어려운 친구들은 이미 다 도와주고 있더라. 그래서 기부자를 설득해서 더 좋은 곳에 쓰도록 했다. 지역 재단에서 있을만한 일이다.

 

서울에서 전국을 대상으로 활동하고 있는 모금 재단에 비하여 지역 재단의 가장 큰 차이와 가치는 어떤 것이라 볼 수 있나?

한마디로 지역이 바꿔야 나라가 바뀐다는 것이다. 지역 같은 경우에는 이미 정부와 관에서 예산지역을 통해 복지와 비영리 기관들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의 영역에서 기업과 시민의 고귀한 기부를 통해서 이런 사업을 하는 것은 다른 의미를 지닌다. 바로 관계 지향적이라는 것이다. 지역에서 기부를 하고, 그 돈이 지역의 활동을 위해서 쓰일 때 기부와 모금을 통한 지역 사회의 공통체가 성장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여러 지역에서 부천희망재단과 같은 형태의 재단을 설립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성남, 안산 등이 지금 준비 중이다. 부천희망재단이 그 단초가 된 것 같아 뿌듯하다.

 

지금 부천희망재단은 지역 공동체를 나눔으로 묶어내는데 역할을 했다고 보는가?

그렇다. 우리 재단은 처음에 한두 사람이 돈을 내서 출발한 것도 아니고, 정치, 학계, 기업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이 이해 관계와 생각의 차이를 떠나서 참여했다.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정치적 성향인데, 이사회 구성원들은 정당 가입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고, 후원자들도 가능하면 여야 서로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도록 조정했다. 지역에서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역 재단의 경우 거액 기부자들의 기부 참여에 대해서 재단에 대한 영향력 행사 등의 이유로 꺼리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한 부천희망재단의 입장은 어떤 것인가?

우리도 그런 고민이 많았다. 일단 지역에서 그런 거액 기부자를 찾기 쉽지 않다는 것을 먼저 말하고 싶다. 그러나 거액을 내주신 분들이 있기에 우리 재단도 시작할 수 있었다. 지금 이 사무실도 기부자 한 분이 현금으로 사서 기부를 해주신 것이다. 그래서 안정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그분 외에도 몇몇 분께서 거액 약정을 해주셨다. 초기에 거액 기부자들을 대상으로는 단체를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고액 기부를 요청 드렸다. 그 시간이 우리 같은 경우에는 2년정도 걸렸다. 그 후에 모금 되는 것은 목적 사업에 쓸 수 있기 위해서는 필수 불가결한 사항으로 보고 있다. 단체에 대한 영향력과 관련하여 분명한 것은 거액기부자가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고 실제로 우리 재단은 없다는 것이다. 지역 사회이기 때문에 그 부분은 초기부터 밝히고 가야 한다. 그리고 운영 규칙과 윤리로 만들어두어야 한다고 본다. 그것에 어긋나는 돈은 안받는 것이 옳다고 본다.

 

부천희망재단 이사진 구성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어떤 것인가?

기업인의 참여다. 많이 참여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역에서 30년 넘게 활동하면서 느낀 것이 비영리 기관의 사람들이 참여율도 높고, 기부도 많이들 하시지만 소액인 경우가 많고 그렇게 되어서는 실질적인 지원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건강한 기업인들을 모아서 역할을 하게 하자고 생각했다. 실제로 기업인들이 이사진과 발기인으로 많이 참여하셨다. 형식적인 참여보다는 실질적인 기부로 이어질 수 있는 기부자 중심으로 이사진과 발기인을 구성하려고 애썼다. 그리고 기부자들을 비롯한 외부 사람들에게 비춰질 때도 비영리 기관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보다 기업인들의 참여 비율이 높으면 참여하는데 장벽이 낮아 질 것이라고 봤다. 너희들끼리 또 하고 있네 하는 비아냥이 없어야 한다.

 

지금 이사진에서 기업인의 비율이?

이사 14명 중 70%가 기업인이다. 그분들이 전부 기부를 많이 해줬고 주위에 건강한 기업인들을 기부자로 이끌어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분들 중에는 재단을 만들기 전에는 한번도 뵙지 못한 분들도 있다. 가능하면 서로 알고 있는 사람들. 끼리끼리 하는 것을 탈피하려고 노력했다. 우리가 재단을 만들면서 서로 편한 사람들로만 구성하면 우리가 하려는 가치가 확산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역에는 대기업 같은 큰 규모의 기업은 없지 않나? 기업의 사회공헌 기부를 이끌어내기에는 큰 기업으로부터 기부가 발생하는 것이 필요할 텐데.

물론 그렇게 하고 싶다. 예를 들어 삼성이 아름다운재단이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는 돈의 50분의 1만 지역에 기부한다면 지역에서는 물건도 하나 더 팔아주고 실질적으로 기업에 이익이 될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기부라고 얘기한다. 기부를 통한 순환이 아닌가? 그런데 기업들이 폼 나는데만 기부하고 싶어하니까. 지역에서는 그게 어렵다. 그 생각을 바꾸려면 오래 가야 할 거 같다. 지역 재단에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기부한다면 동네도 바꾸고 나라도 바꿀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재단으로 활동을 하시면서 가장 아쉬운 것은 어떤 것인가?

역시 좋은 인력을 뽑기 어렵다는 것과 모금에 대한 교육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이 자원봉사자를 조직 해서 모금으로 이끌어내는 역할을 할 모금 디렉터인데, 지역에서 이런 사람을 키워내기가 쉽지 않다. ㈜도움과나눔과 희망제작소 등의 모금 교육을 들어봐도 지역의 실정과 다른 부분이 많아서 적용이 쉽지 않고. 그래서 모금에 대한 경험과 교육이 된 사람들을 배출할 수 있는 전문 기관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최근에 희망제작소에서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사회 공헌 활동에 대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분들이 모금 전문가로 지역 재단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도 있으리라 본다. 그리고 한가지 더 말하자면 안철수 재단과 같은 큰 규모의 재단들이 그 돈의 일부를 지역 재단에 배분해주면 어떨까 싶다. 서울에서 한 단체가 하는 것보다 그게 낫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