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부지런을 떨어 바쁜 아내의 출근 준비를 도와줍니다.
즐겁게 지내라는 출근 길 아내의 말에 얼굴이 붉어집니다.
아이를 깨워 세수시키고 옷 입히고, 유럽식이라고 너스레를 떨며 식빵에 잼을 발라 아침을 먹입니다.
학교 가는 아이의 뒷모습에 손 흔들어 인사하고, 아빠의 긴 휴가를 묻지 않아도 소리쳐 이야기해줍니다.
평일의 낮 시간은 낯선 시간입니다.
방 한구석의 TV도 컴퓨터도 내게는 어색하고 부자연스럽습니다.
동네 공원에 나가보자니 동네 아주머니들의 궁금해 할 인사가 걱정입니다.
친구 녀석들 사무실에 나가보자니 '웬일', '무슨 일' 대답이 궁색합니다.
도서관. 아이들과 몇 번 가본 동네 도서관이 불연 듯 떠오릅니다.
자전거 꺼내 타고 도서관으로 달려갑니다.
낮 시간의 도서관은 활기가 있습니다.
전에는 무관심했던 도서관 프로그램 팸플릿도 유심히 살펴봅니다.
평일의 프로그램 몇 개에 동그라미를 쳐둡니다. 다음 달 시작이라는 러시아 문화강좌는 신청서부터 작성해 둡니다.
열람실 구석 자리 빌려 앉아, 전부터 관심 있었던 '황토건축' 이론서를 펼쳐 듭니다.
내친김에 '신 택리지'를 꺼내 들고 명승 집터도 알아봅니다.
15년 전 호기심과 열정 가득 했던 청춘의 내가 여기 있습니다.
웬일인지 무슨 일인지 누구도 묻지 않습니다.
오랜만의 공부에 신이 납니다.
내일부터는 아이에게 아빠의 긴 휴가를 이야기 하지 않겠습니다.
새로운 '공부'를 하러 아침마다 나섭니다.
아빠의 새 학교는 도서관입니다.
도서관에서 새 출발을 준비하는 아빠를 위해
당신의 마음을 담아 책을 기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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